(2009년 6월 25일. [트랜스포머 2 - 폴른의 복수] 관람 후 5시간 안에 작성된 글임)
거두절미하고 총평부터 - 관람을 말리고 싶은 등급. ☆☆☆☆☆
별 줄 수 없음.
진짜, 마이클 베이 고만좀 해라... 도저히 못봐주겠다 아이가...
감독 마이클 베이가 영화에 대해, 정치에 관해 어떠한 취향을 갖고 있는가는
그의 전작들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었고,
트랜스포머 (1) 도 과연 숨길수 없는 베이표 영화임이 분명했지만
'1' 은 그래도 건질만 한 장면이 충분히 많았던, 범작수준 이상의 여름용 오락영화였다.
그러던것이 이번 '2' 에서는 마이클베이 표 병맛이 진심으로 작렬,
차마 두눈뜨고 못 봐줄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 중
이 글에 공감하시는 분들은 이 수준낮은 영화의 관람을 재고해 보시길 권한다.
(이하 그다지 스포일러 없음)
본작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기억해보자.
먼저 트랜스포머 영화에서 어찌된 일인지 트랜스포머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별 쓰잘데기 없는 샘 엄마아빠나 대통령 꼬봉이 떠들던 것만 기억에 남는다.
도대체가 마이클 베이 영화들의 캐릭터들은 어찌나 호들갑스럽고
손사래까지 쳐가면서 지껄이기 바쁜지, 이런 쓸데없는 감정의 과잉만으로도
이 영화는 전작보다 더욱 천박함의 강도를 더하는데..
그 와중에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묘사는 옵티머스의 숲속 결투씬도,
허접하기 짝이 없는 디셉티콘의 고향 별에 대한 묘사도 아닌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현대를 다루고는 있지만 거의 환타지 수준의 세계관인 이 영화에서
영화 초반에 샹하이를 소개하면서 날짜를 'TODAY' 라고 언급할 때는 그냥 약간, 의아한 정도였다.
그러나 헐리웃의 블록버스터로서 매우, 매우 인상적이게도 이 영화에서는
용감한 미군의 젊은이들이 나쁜 디셉티콘과 싸우는 와중에 무려,
미국의 대통령이 지하 대피소로 숨어버린다 !!!
물론 그거야 영화 설정상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그 언급이
'오바마' 대통령은 지하로 대피했고...
라고 직접 대사로 또렷하게 언급된다는 점.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을 띄기 쉬운 할리우드의 블럭버스터 영화에서
미 대통령을 이렇게까지 부정적으로 다루면서 그 실명을 또렷이 못박는 경우는 거의 드물지 않나 싶다.
굳이 '에어 포스 원' 같은 안드로메다급 영화까지 갈 필요도 없이,
내가 영화쪽에 그렇게까지 문외한이 아님에도 이런 케이스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이게 절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가 없는게,
대략 몇 년도도 아닌 'TODAY' 의 오바마 대통령이 치졸하게 지하로 대피한다는 설정,
그리고 결정적으로 디셉티콘 1인자 폴른이 전 세계의 전광판과 TV를 통해 경고를 날리는 장면에서
치사하게도 오바마와 디셉티콘을 (전파혼선을 가장하여) 교차해서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는 일종의 subliminal effect를 노린 편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도자는 당신들을 속이고 있다" 라고 주장하는 폴른의 이미지에 오바마의 이미지를 교묘히 섞음으로써
오바마 = 디셉티콘 (간단히말해, 나쁜놈)
이라는 도식을 유도하는 것이다.
영화 내내 대통령의 꼬봉들은 매우 거들먹거리며 극중 군인들과 관객들에게 짜증을 유발하며,
이는 대사를 통해 몇번이나 강조된다. ( 한번은 똑똑히 ASSHOLE 이라고 하며 한번은 쏴버리고 싶다였던가..?;;)
영화 후반부에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장면이 트랜스포머의 전투씬도 아닌
대통령 꼬봉을 비행기 밖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이라니.....
정리해보자.
극의 흐름에 따라 그냥 감정을 내맡기게 되면 자연스레
'대통령은 간지나는 옵티머스와 오토봇을 오해하고 있고, 그들을 지구밖으로 내쫓으려 하고 있으며
짜증나는 부하를 보내서 우리(=미국인)를 귀찮게 하며 디셉티콘이 쳐들어왔을땐 치졸하게 지하에 숨는 녀석'
-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관람 후 5시간도 경과하지 않은 지금
왠지 트랜스포머 2에서의 대통령은 매우 짜증나는 캐릭터였던 듯한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는데,
문제는 이게 캐릭터로서의 '미국 대통령 A'가 아니라 '대통령 오바마' 로서 직접 언급이 된다는 점에서
마이클 베이의 저열하기 짝이 없는 정치색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 전인 트랜스포머 1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다 - 그저 마이클 베이표 미국제일주의는 있어도 ^^)
그의 전작들을 통해 스스로 자랑스레 떠들어 댔던 국가주의, 미국제일주의, 심지어 제국주의는
이 '트랜스포머 2' 에서도 전혀 변함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한층 강도를 더해 뻔뻔하게 전면에 드러나고 있다.
영화 곳곳의 미국 이외의 제3 세계 (-_-) 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는 거북함의 정도를 아슬아슬 하게 줄타기하다가
후반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이집트 전투씬에서는 아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드러난다.
아무리 헐리우드의 팝콘무비라고 해도..
이집트의 고대 유적을 아무 생각 없이 마구 훼손하고 그것도 모자라 전쟁터로 만들어 버리는데
일말의 가책도, 단 1초의 고민도 하지 않음에 거의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달아날 지경인데,
전날밤 남,여 주인공이 한가롭게 피라미드에 기대 앉아서
'이 아름다운 피라미드 아래에서 사랑이.. 어쩌고' 하고 멘트를 날리던 것을 상기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한마디로 마이클 베이의 영화들에 직,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정치적 관점은 매우 위험하며,
이미 무슨 헐리웃 오락영화에 가타부타 말이 많냐는 식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닌 정도의 수준이다.
'트랜스포머 2' 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컨버전 면에서도, 영화로서의 완성도 자체도 거의 바닥을 기지만
그것은 다른 글에서 언급하기로 하고,
무엇보다도 화려한 엔터테이닝의 가면을 쓴 아주 위험한 정치색을 숨기고 있으며
이 점이 저열한 영화적 완성도와 결합하여 매우 불경스런, 그야말로 거대한 똥.덩.어.리.에 가까운 영화이다.
- 덧.
이라크 사태와 관련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은
포털사이트에서 '오바마 이라크' 등의 검색어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며
오바마는 대선시에 이라크전쟁의 명분 없음과 이라크에서의 철군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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